10/14 ‘실버동거’ 아직은 가시밭길
김모(여·67·경북)씨는 아직도 외출이 두렵다. 2년전부터 이모(72)씨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사람 만나는 걸 꺼리게 됐다. 두사람 모두 대학교수 출신이라 더욱 주위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김씨는 5년전 만난 이씨와 결혼을 원했지만 자녀의 강한 반대를 이길 수 없었다. 자식들은 두 노인의 ‘로맨스 그레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았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미안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모(72·서울)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4월부터 임모(여·62)씨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자식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재산문제로 아들과 며느리들이 동거에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요즘 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 박씨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며 “이제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실버동거’를 선택하는 노인들이 늘고있다. 자녀들과 따로 독립적으로 사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노인대학 등 자연스럽게 이성을 접할 기회가 생겨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노인의 전화’ 사무국장 강병만(73)씨는 12일 “올들어 상담건수중 17%가 이성관련”이라며 “동거에 관해 상담하는 전화도 많다”고 전했다. 강국장은 “노인들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라며 “전화를 걸어오는 연령대가 남자는 80대, 여자는 70대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실버동거’에 냉담하기만 하다. 일반적 인식이 노년층의 사랑을 ‘주책’이나 ‘노망’으로 백안시하고 ‘애인’이 아닌 ‘친구’를 강요하고 있다. 특히 자녀들이 체면과 사후 재산문제 등의 이유로 동거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모(73·경기)씨는 지난 7월 60대 할머니와 동거를 하려다 며느리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 당하기도 했다. 대한성의학회 상임이사 이이경(43)씨는 “노년의 사랑은 황혼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해결하고 삶의 의욕을 높여준다. 이제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2002-10-14 12:1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