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노년층 재혼보다 동거 선호
''우리 나이에 결혼신고를 뭣 하러 해? 자식들이 내놓고 반대는 못해도 부모가 결혼한다 하면 거의들 싫어하잖아. 여자도 자기자식이 있는데 재혼한 남편이 먼저 죽고 나면 자기 신세가 어찌될지 모르니까 그냥 함께 사는 거지 뭐''(김○○ 할머니·74·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1만2천쌍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같은 수는 10년 전인 1990년보다 60%나 늘어난 것이다.
노인들이 동거를 선호하는 이유는 우선 상속 등 재산에 대한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다. 자녀들 역시 법적으로 배우자가 되지 않는 한 큰 반대는 안 한다는 것. 자신이 사망한 뒤 법적상속권이 없는 부인을 위해 집을 공동명의로 해놓거나, 부부재산 계약을 체결하는 이들도 있다.
박○○ 할머니(70·서울시 송파구 거여동)는 ''동거 후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내내 찜찜했는데 하루는 신랑이 은행에 가자고 하더니 그 자리에서 1억을 내 통장 앞으로 이전시켜주더라''며 ''단순한 돈 문제를 떠나서 내 남편이라는 신뢰감을 돈독히 갖게됐다''고 귀뜸한다.
또한 노년층에게 동거는 젊은이들처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거나 합법적이지 못한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부부와 다를 바가 없는 경우가 많다. 동거를 '함께 사는 것=결혼'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식만 안 올렸을 뿐 가족의 인정을 받는 이들도 상당수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노인 50여명을 인터뷰해 본 결과, 동거를 곧 결혼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가족의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혼인신고는 필요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할머니(74·서울시 양천구 신월동)는 ''난 여기서 노인들이 서로 만나 여관에 갔다는 둥 하다가 끝내 헤어졌다는 이야기 들으면 추접하다고 생각해. 차라리 그것보담은 같이 사는 것이 더 깔끔하잖아''라고 반문한다.
효도미팅업체가 있다던데 전화번호가 뭐냐, 어떻게 찾아가면 되느냐고 열심히 묻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니 노년층에겐 자신의 노후를 함께 살아갈 짝이 필요할 뿐 법적 혼인신고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거든 재혼이든 노년층이 짝을 찾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입을 모은다.
전기준 할아버지(72·경기도 의왕시 상동)는 ''여자들이 남자한테 무조건 경제적 능력만 찾으니 서운하지만 그래도 내 한 몸 추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여자까지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설명한다.
효도미팅업체 관계자들은 ''노인들의 동거를 부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보다 그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지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동거를 선택하려는 노인들은 부부재산 계약을 체결하거나 가족들과 진지하게 의논하는 등 결혼과 같은 정서적 안정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시니어저널)
2002-08-12 10:22:22

